<택시운전사> 주요 등장인물
김만섭(송강호)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입니다. 김만섭은 서울에 거주하는 개인택시 기사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운전 기사입니다. 동료 택시기사의 반지하 집에 딸과 함께 월세로 살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죠. 중동에 건설 붐이 일었던 1970년대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어서, 영어로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중동에서 많은 돈을 벌었을 것 같은 만섭이지만, 아내의 병원비에 거의 모든 돈을 사용한 탓에 가진 것은 택시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사식당에서 전남 광주로 데려다 주면 10만원을 주겠다는 외국인 손님 예약을 받았다는 동료 택시 기사의 말을 듣고는 그 손님을 가로채서 직접 광주로 향합니다.
서울에 있을 때는 민주화 시위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고, 광주에 처음 갔을 때 만났던 구재식에게도 학생이 공부를 안하고 시위만 한다며 비난했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광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직접 목격한 이후로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서, 서울로 돌아갈 수 있었음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광주 시민들을 돕습니다.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치만)
서독 제1공영방송 소속의 기자로, 일본에서 한국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동료 기자의 말을 듣고 선교사로 위장하여 한국에 입국합니다. 실제 인물인 위르겐 힌츠페터가 자신의 이름을 극중에서 사용해도 된다는 허락에 따라 실제로 그의 이름을 영화 속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극중에서는 ‘피터’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건을 쫓아서 취재하는 기자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광주의 현실을 직접 목격하고 난 이후에는 한국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바깥 세상에 광주의 모습을 전하겠다는 기자로서의 의무감을 보여주는 인물로 캐릭터가 변화합니다.
황태술(유해진)
전라도 광주의 개인 택시 기사로, 만섭이 광주 적십자 병원에 부상자들을 이송했을 때 처음 만나는 인물입니다. 광주에서 머무를 곳이 없는 만섭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하루동안 머무르도록 해주며, 영화 후반부에서는 만섭이 군 병력으로 포위된 광주를 탈출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합니다. 매사에 사려가 깊고 사람에 대한 정도 많은 캐릭터죠. 주위의 동료 택시 기사들이 태술의 말에 잘 따르는 것을 보면 광주의 개인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권위를 가진 인물인 것으로 보입니다.
구재식(류준열)
광주에 소재한 대학에 다니는 22살 대학생입니다. 재식은 학생 시위대와 함께 이동하던 중 독일 출신의 기자인 피터와 마주치게 되는데, 피터가 이들에게 영어로 무엇인가 질문을 합니다. 학생들은 영어로 말하지 못해서 우물쭈물하다가, 평소에 팝송을 즐겨 들었던 재식에게 영어로 대답을 해보라고 재촉하죠. 그러자 긴장한 재식은 서투른 영어로 피터에게 대답을 하는데, 이렇게 의사소통이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재식은 계속 피터의 통역사 역할을 하게됩니다.
만섭과 함께 태술의 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자신이 대학생이 된 이유가 대학가요제에 나가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 공부에 크게 뜻이 없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광주 방송국에 화재가 발생한 것을 보고 만섭 일행과 함께 상황을 파악하러 밖에 나갔다가 사복 경찰에게 쫓기게 되는데, 재식은 자신이 미끼가 되어 경찰들을 유인한 끝에 붙잡힙니다. 피터와 만섭은 재식 덕분에 경찰들을 따돌리고 도주하는데 성공했지만, 이후 병원에서 재식의 시신을 확인하고는 망연자실합니다.
초반 줄거리 요약
서울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는 김만섭은 택시를 운전하던 중 대학생 시위대와 마주칩니다. 시위대가 도로를 막고 교통을 방해하자, 공부하러 대학 간 학생들이 시위나 하고 있다며 불평합니다. 그 때,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이 최루탄을 터뜨리자 만섭은 재빨리 코 밑에 치약을 바르며 이런 상황에 익숙한 모습을 보여주죠. 영화 속의 택시 추격장면은 또다른 한국영화 <특송>에서 주인공이 의뢰인을 태우고 달아나자 추격자들이 쫓아오는 카체이싱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만섭은 최루 가스 때문에 아수라장이 된 시위 현장을 빠져나오기 위해 차를 뒤로 후진시키다가, 갑자기 나타난 한 학생 때문에 급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이 때, 길 한켠에 있던 쓰레기더미에 부딪히며 택시의 보닛 앞부분에 부착되어있던 사이드미러가 망가져버리고 말죠. 화가 난 만섭은 학생에게 다가가 수리비를 변상받으려 했지만, 시위대를 쫓아온 경찰들을 피해서 학생이 달아나버리는 바람에 변상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어느새 저녁이 되어 만섭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11살이 된 딸 은정의 이마에 상처가 난 것을 보고 집 주인의 아들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는 생각에, 곧바로 주인 집에 따지러 가죠. 집 주인을 만나서 따지려 하던 그 때, 집 주인의 아들의 얼굴에도 상처가 나 있는 것을 보고는 민망해하며 자신의 딸이 밥을 많이 먹어서 힘이 센거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합니다. 그러자 집 주인의 아내로부터 만섭은 딸이 기가 세다는 책망을 받으며, 이번 달까지 월세가 10만원이나 밀렸다며 구박까지 들으며 주인 집에서 쫓겨나고 맙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80년대의 물가를 생각하면, 당시의 10만원은 지금의 50만원 정도에 해당하니 만섭은 꽤 많은 월세가 밀려있던 셈이죠. 만섭은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딸의 상처에 약을 발라준 후, 다가오는 부처님 오신날에 같이 소풍을 가자며 딸을 달랩니다.
한편, 서독 제1공영방송 소속의 기자인 위르겐 힌츠페터는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맥주와 초밥을 먹으며 다른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에 한국을 방문했었다는 BBC 소속 영국인 기자로부터 한국에 뭔가 심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불현듯 한국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한국에 도착하여 입국 심사를 받던 힌츠페터는 자신의 직업이 기자임을 밝히면 입국 거절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자 신분을 숨기고 입국 심사관에게 자신이 선교사라고 속입니다. 입국 심사관은 힌츠페터를 의심했지만, 결국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며 입국을 허가하죠. 그렇게 한국으로 들어온 힌츠페터는 어느 다방에서 안면이 있었던 한국인 기자를 만나서 한국의 상황을 전해듣습니다. 광주에서 일어난 일들을 전해들은 그는, 광주로 직접 가보기로 결심하죠.